익산경찰서 경무과 경무계 김민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야차’ 또는 ‘야차룰’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규칙이나 보호장구 없이 맨몸으로 싸우는 방식을 뜻하는 은어다.
또래들이 둘러서서 구경하고 누군가는 휴대전화로 그 장면을 찍는다.
아이들은 서로 합의한 대결이자 놀이로 여기지만, 경찰관의 눈에 비치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다.
위험은 과장이 아니다.
지난 7월 경북 포항에서는 초·중학생 6명이 이 방식으로 싸우다 한 학생의 치아가 부러졌고, 이달 14일 제주에서는 놀이터에서 시비가 붙은 10대들이 또래 10여 명 앞에서 싸움을 벌였다.
충북 청주에서는 싸움을 강요당한 20대 여성이 끝내 숨지는 일까지 있었다.
경찰청이 지난달 ‘야차룰, 장난이 아니라 범죄입니다’라는 예방교육 자료를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오해는 ‘서로 동의했으니 괜찮다’는 생각이다.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를 때리면 폭행죄, 다치게 하면 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고 싸운 양쪽 모두 가해자가 된다.
청주 사건에서도 싸움을 강요한 이들은 구속됐고, 직접 싸운 10대들은 폭행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형사처벌 연령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소년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고,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으로 다뤄진다.
‘구경만 했다’는 말도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싸움을 부추기거나 자리를 만들어 준 행위는 가담으로 볼 여지가 크다.
촬영과 공유는 또 다른 피해를 낳는다. 텔레그램 등에서는 청소년 싸움 영상이 묶음으로 거래되고 불법 도박 광고에까지 쓰이고 있다.
한 번 퍼진 영상은 사실상 지울 수 없고, 그 안에 찍힌 아이의 얼굴은 오랫동안 인터넷을 떠돈다.
가정의 관심도 필요하다. 자녀가 ‘야차’, ‘현피’ 같은 말을 쓰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상처나 늦은 밤 외출이 잦아지지 않았는지 살펴봐 주길 바란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특정 장소에 학생들이 반복해서 몰린다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그치기보다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먼저 들어주는 대화가 아이의 입을 여는 데 더 효과적이다.
학생들에게는 분명히 당부하고 싶다.
싸움 제안을 받으면 거절하고, 싸움을 목격하면 촬영하지 말고 112나 117 학교폭력신고센터에 알려야 한다.
익산경찰서도 학교전담경찰관을 중심으로 예방교육과 현장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겠다. 주먹으로 증명할 수 있는 용기는 없다. 싸움을 거절하고 친구를 말리는 것, 그것이 바로 진짜 용기다. <저작권자 ⓒ 전북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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