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살아낸 화가 채용신의 회화 세계 ‘재조명’

김진성 기자 | 기사입력 2025/01/08 [18:56]
국립전주박물관, 주제전시 ‘채용신과 근대’ 진행… 신소장품 5건 최초 공개

근대를 살아낸 화가 채용신의 회화 세계 ‘재조명’

국립전주박물관, 주제전시 ‘채용신과 근대’ 진행… 신소장품 5건 최초 공개

김진성 기자 | 입력 : 2025/01/08 [18:56]

▲정자관을 쓴 선비 초상  © 전북금강일보

 

▲ 정몽주순절도(鄭夢周殉節圖)  © 전북금강일보


국립전주박물관은 지난달 20일부터 상설전시관에서 주제전시 ‘채용신과 근대’를 진행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채용신(蔡龍臣, 1850~1941)은 고종 어진을 그리며 초상화가로 명망을 높였다. 

 

20세기 초 고향으로 돌아와 전북 지역에서 초상화를 비롯해 화조영모화, 산수화, 고사인물화 등 다양한 그림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의 채용신 학술 총서 발간 및 학술 콜로키움의 결과를 바탕으로 20세기 전반 도내에서 활동한 채용신의 다양한 회화 세계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물관이 2023년에 구입한 신소장품 5건을 최초로 선보인다. 

 

그중 <정몽주순절도(鄭夢周殉節圖)>는 고려 말 충신인 정몽주(1338-1392)의 죽음을 그린 역사고사 인물화이다. 

 

정몽주가 조영규의 철퇴를 맞고 선죽교 위에 쓰려져 피를 흘리는 장면이 묘사됐는데 생생한 인물 표현, 건물과 나무의 채색 등에서 채용신의 화법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한밤중의 호랑이와 다람쥐를 그린 이색적인 <영모도>는 채용신이 1906년 정산군수직에서 물러나 김제 일대에서 그림을 그렸던 시기의 작품으로 그의 초기 영모화풍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다. 

 

그림 상단에는 전북의 선비인 이정직(李定稷, 1841-1910)이 쓴 글이 있는데 이를 통해 채용신과 이정직, 이정직의 제자이자 그림이 제작된 호문당의 주인인 송기면(宋基冕, 1882~1956) 3인의 관계를 알 수 있어 흥미롭다.

 

고향에 돌아온 채용신은 익산에서 금마산방(1906-1923)을, 1926년 이후 정읍에서 채석강도화소를 운영하며 주문에 응하는 그림을 그렸다. 

 

꽃나무와 암석을 배경으로 한 쌍의 새를 그린 <화조화10폭병풍>(1914)은 화려한 진채와 구성, 규모에 있어 궁중화조화의 영향을 보여준다. 

 

채용신은 부부 금슬이나 화합 등 상서롭고 좋은 의미를 갖는 화조영모화를 공방에서 반복해 제작했으며 주문자의 요구에 맞게 소재와 배경을 변형했다. 

 

<화조영모화8폭병풍>은 사실적이면서도 독특한 동물 표현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어미젖을 빨고 있는 강아지, 풀꽃을 뜯어먹는 토끼, 작은 벌레를 바라보는 공작 한 쌍 등은 채용신이 구상한 독특한 도상이다. 

 

1928년에 그린 <정자관을 쓴 선비 초상>은 주인공 얼굴 표현에서 근대 사진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작품은 인물 뒤에 산수병풍을 넣어 하단에 깔린 화문석과 함께 공간감을 구현했다. 

 

후에 쓰기 위해 비워둔 사각 제목란, 족자 뒤쪽 배접지의 낙관, 상단과 좌우에 비단을 붙이는 대신 문양을 그려서 표현한 점 등은 채용신의 후기 초상화의 제작 양상을 잘 보여준다.

 

한편 국립전주박물관은 ‘다시 찾는 박물관’을 만들고자 정기적으로 상설전시실의 전시품을 교체하고 있다. 

 

새로운 소장품을 조사·연구하고 전시와 발간물을 통해 그 결과를 선보여 관람객들이 박물관에서 새로운 정보뿐만 아니라 작품을 보며 영감을 얻고 일상에서 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dong368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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