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10월 6일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초대작가 정영신
우리는 하루에 몇 장의 사진을 보며 살아갈까?
사진은 또 하나의 눈으로, 우리는 카메라 시선 아래 살고 있다.
결국은 사진은 우리가 살아 온 역사가 된다.
팽목항이 역사이고, 이태원 거리의 아이들이 역사이듯, 내게 장터는 사람들의 맥박이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현장이다.
오일장에 들어서면 육감을 자극하는 그 지역만의 정서와 생활문화를 만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情)을 나누는 공간으로 그 어떤 삶도 무관한 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
사진 속에는 누군가의 마음과 누군가의 감흥과 누군가의 희망과 누군가의 의미가 숨어있다.
그러므로 사진을 본다는 것은 세계를 보는 것이다.
이것은 순전히 어렸을 적 뒷동산에서 보냈던 추억 때문이다.
난 전남 함평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촌사람이다.
전기도 늦게 들어와 호롱불 밑에서 숙제를 했다.
사계절을 통해 기다리는 것도 일이라는 것을 알았고, 자연의 변화 속에서 세상을 배웠다.
내가 사십여 년 가까이 장터를 기록 할 수 있는 것도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의 힘이다.
고향은 지금도 내 안에 있는 나만의 세상이다.
마이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향에서 보았던 낯익은 풍경이 펼쳐져 시간이 수직으로 멈추었다.
한 아짐이 논둑에 불을 지피자, 지나가던 꽃샘바람이 불씨를 키우며 따닥따닥 옆으로 번지자 안절부절못하며 불 끄는 모습, 똥지게를 지고 마이산을 향해 걸어가는 아재, 거름을 이고 뒷짐을 진 아짐이 밭을 향해 가는 모습은 곡예사처럼 자연스러웠다.
마이산 자락을 따라 장(場)을 보아 집으로 가는 어매들, 강아지와 함께 마이산 중턱을 달리는 아이들 모습이 주마등 처럼 떠 오른다.
그 정겨운 농촌 현실을 두 눈으로 목격한 것이다.
이 사진은 느리게 읽어야 당시의 농촌 일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
민중의 삶과 생활문화는 우리의 시대상을 담고 있다.
그 풍경에서 우리 선조들의 삶을 느꼈으면 한다.
아주 잠시만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의 미아가 되어, 한적한 시골 마을이나 오일장을 찾아 좌판에 가지런히 놓인 사물의 기다림을 온몸으로 느껴보면 어떨까? 농촌은 생명을 키워내는 원형이자 우리 삶의 근원이다. -정영신- <저작권자 ⓒ 전북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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