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동창생 여럿과 부산 여행을 갔다가 일행에게 폭행당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딸의 어머니가 반성문 제출을 통한 ‘꼼수 감형’을 없애달라고 국회에 청원했다.
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밝힌 작성자의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청원인은 “가해자가 쓴 반성문은 오직 판사만 볼 수 있다”며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반성문인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볼 수도 없는 반성문 때문에 가해자가 감형된다는 건 절대 안 될 말”이라며 “가해자가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여부를 사법부가 판단하는 기준이 뭔지 몰라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반성의 진정성 여부는 ‘반드시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납득할 수 있게 법률상 판단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밖에 검사의 일관된 혐의 적용 기준 마련과 형사 재판에서의 피해자 가족 참여를 강화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청원인은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예로 들며 “판사는 피해자 어머니인 제가 (방청석에) 있는데도 가해자에게만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고 물었다”며 “이에 가해자는 ‘아버지가 피해자 가족과 연락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해자의 아버지는 1심 선고를 앞두고 ‘3,000만원에 합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문자메시지 말고는 저에게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며 “저는 가해자의 당당한 거짓말을 두 눈 뜨고 바보처럼 바라만 보다가 법정을 나왔다”고 밝히며 피해자 가족의 재판 참여권 강화를 촉구했다.
지난달 26일 게시된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4,5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 게시 30일 동안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의된다.
이 사건의 가해자인 A(20·남)씨는 지난해 2월 6일 친구들과의 부산 여행 도중 중학교 동창생인 B(20·여)씨를 숙박업소에서 폭행하고 내던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B씨는 이 폭행으로 책상 모서리 등에 부딪혀 병원에서 뇌사 판정과 함께 3~5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B씨의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 있는 딸을 24시간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뒀고, 아버지도 여러 차례 극단적 선택을 마음먹다가 심리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검사 또한 ‘더 무거운 형을 내려달라’며 각각 항소장을 냈다.
A씨는 항소심 재판 도중인 6~9월 14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반면 B씨의 친구들은 A씨에 대한 엄벌탄원서를 냈다.
검찰은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더 무거운 처벌을 위해 공소장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이에 대한 검찰 측 의견 등을 듣고 선고 기일을 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