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한편의 여유] 백일홍(배롱나무 꽃)

전북금강일보 | 기사입력 2024/08/25 [16:11]
서호식 시인

[詩 한편의 여유] 백일홍(배롱나무 꽃)

서호식 시인

전북금강일보 | 입력 : 2024/08/25 [16:11]

담장너머로 붉은 꽃이 피었다

엄마는 저 꽃이 세 번 피면

쌀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쌀밥나무 꽃이라 불렀다

 

호남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붉은 나무는 아궁이속으로 끌려들어갔다

꽃잎처럼 타는 나무를 보며

다시는 쌀밥을 먹을 수 없다는 

아뜩함에

몸에서 붉은 진액이 흘렀다

그 끈적한 뜨거움에 몸서리치며

성장 통을 겪는 동안

 

담울담울 쌀밥처럼 피었다 지고 

피기를 

세 번이나 더하며

온 생을 꽃으로 피운

       

져서도 쌀밥 향기로 

가슴에 있는 

어머니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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