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 ‘속 빈 강정’

나연식 기자 | 기사입력 2020/12/22 [20:02]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후보자 제대로된 검증 안돼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 ‘속 빈 강정’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후보자 제대로된 검증 안돼

나연식 기자 | 입력 : 2020/12/22 [20:02]

일부 출연기관, 연임 등의 이유로 청문회 회피하기도 

청문회 참여한 일부 의원, 후보자 업무능력 평가 부족

 

 

전북도의회가 전북도 산하 출자·출연 기관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사청문회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속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도와 도의회는 지난 2018년 지방자치가 도래한지 24년 만에 최초로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 기관장의 능력 및 자질점검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인사 청문 협약안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도의회는 인사청문회 TF팀을 구성, 이를 토대로 자산규모, 조직 및 인력, 기관장 임기와 타 시도 인사청문 검증비율 등을 참고해 △전북개발공사 △전북연구원 △전라북도경제통상진흥원 △전라북도신용보증재단 △전라북도생물진흥원 △전라북도문화광장재단 △군산·남원의료원 등 8개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 실시 협약안을 마련했다.

 

협약의 주요내용을 보면 △인사청문 주체는 소관 상임위원회+의장추천(3인 이내)으로 인사청문위원회 구성 △인사청문 시기는 사전 △인사청문 기간은 1일 △인사청문은 시장으로부터 청문요청서가 접수된 날부터 휴무·공휴일을 제외한 10일 이내에 실시하되, 인사청문회는 차수 변경 없이 1일 △회의는 공개로 하되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위원회 의결로 비공개 가능 △기타 인사청문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은 인사청문 매뉴얼 제작 예정 등이다. 

 

이 같은 협약에 따라 도의회는 지난해 3월 전북개발공사를 시작으로 인사청문회 실시를 알렸다.

 

하지만 청문회에 참여했던 의원들 대다수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날카로운 질문은 고사하고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데 그쳤다.

 

더욱이 청문회가 언론 매체 등에 공개된 시간은 사진 촬영을 포함, 불과 10여 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등은 제대로 검증조차 되지 않는 ‘맹탕’청문회에 불과했다.

 

심지어 지난 6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이사장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사청문회는 더욱더 점입가경으로 진행됐다.

 

당시 인사청문회에 참여했던 의원들은 재단에 대해 내용 파악도 제대로 숙지하지도 않은 채 청문회에 참여했다.

 

그 결과 재단의 수장으로서 향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보다는 의원들의 ‘고성방가’만 오가는 청문회를 보여주는데 불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북신용보증재단 전임 이사장의 경우에는 연임이라는 이유로 인사청문회를 회피한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김정수 도의원은 372회 정례회 도정질문을 통해 “도가 최근 도의회 청문회 개최 없이 두 차례나 기관장 임명을 강행,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를 무색케 만들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연말과 올해 3월로 각각 임기가 종료되는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과 군산의료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가 일방적으로 생략한 채 임명을 강행, 논란이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처음 임명 시 인사청문 협약서가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청문 절차를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면 다시 연임되더라도 협약서에 따라 인사청문을 거쳐야 한다는 게 더 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과 이달에 실시한 군산의료원 원장 후보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후보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역시 허울뿐인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데 그쳤다. 이는 인사청문회 자체가 법적구속력이 없는 요식행위인데다 타 지역과 달리 ‘도덕성’ 부분과 속기록은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것.

 

인사청문회 기간도 국회 인사청문회는 3일 이내로 진행되는 반면 도 산하 출자·출연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기간은 1일 밖에 되지 않아 제대로 된 인사청문회가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추가 증인 출석이나 자료를 요청할 수도 없다. 게다가 최종 결정권자인 도지사의 재가가 사실상 떨어진 상태에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다보니 설사 흠결이 있다고 해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이는 최종 결정권자인 도지사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의회에서 도입한 인사청문회는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청문회가 아닌 자신들의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을 수장으로 내세우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청문회에 참여했던 한 도의원은 “청문회 진행에 있어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등은 공개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보니 검증도 제대로 안될 뿐더러 국회 청문회처럼 진행과정이 방송 등을 통해 공개되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임명권자의 부담이 적을 수 밖에 없다”며 청문회의 한계를 언급했다.

 

전주의 한 시민은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문제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는 악수를 두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제도 자체가 이미 유명무실해진 만큼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개선,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나연식 기자 meg754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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