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실종 공무원 자진 월북 사실 아냐”

이증효 기자 | 기사입력 2020/09/24 [20:06]
공무원 친형 심경 담긴 카톡 입수… “온갖 추측성 보도들 난무해 분통 터질 지경”

“연평도 실종 공무원 자진 월북 사실 아냐”

공무원 친형 심경 담긴 카톡 입수… “온갖 추측성 보도들 난무해 분통 터질 지경”

이증효 기자 | 입력 : 2020/09/24 [20:06]

▲ 연평도 실종 공무원 친형의 카톡 내용 일부.  © 전북금강일보



“사고 당시 밀물때라 조류 심해 30시간 이상 해상에 표류”
“시간 흐를수록 체온·건강상태 나빠져 자력 판단 희미해져”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공무원이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시신까지 불태워진 것 같다는 추정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간 일부 언론들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A(47)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보도 했으나 유가족 측은 이는 사실이 아님을 주장하며 이 같은 언론들의 보도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실종 후 북측에 의해 피격된 A씨의 친형인 B씨는 그동안 모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수색을 진행하면서 정확한 조사를 통해 사망 경위가 밝혀져야 함에도 추측성 보도들이 난무해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B씨는 “조사를 해본 바 선박에 신분증과 공무원증이 그대로 있었고 또 사고 당시 밀물때라 조류가 상당히 심해 실족 후 30시간 이상을 해상에 표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월북을 시도하다 변을 당했다고 특정해 보도한 것은 명백한 오보”라고 분개했다.

 

또 “동생이 시간이 흐를수록 체온과 건강상태가 악화돼 자력 판단도 희미해졌을 것”이라면서 “표류 중 해상의 암초와 경비정 군함 등도 있었을텐데 이 또한 방향감각을 잃어버리는 데 결정적 요소가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해상은 변수가 많고 건강한 성인 남성이라도 30시간 정도 해상에 표류했을 때 익사나 사망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황을 고려해볼 때 실족한 동생은 수영 실력도 보통 수준밖에 안되고 월북의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24일 열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입장’에서 “군은 지난 9월 21일 낮 1시경,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1명이 실종됐다는 상황을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접수했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실종된 공무원 A씨는 지난 21일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며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A씨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 당시 많은 매체들이 복수의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A씨가 지난 21일 어업지도선에서 업무 중 월북하려고 바다를 떠돌다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A씨가 북한 측 총격을 받고 숨졌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 당시 매체들은 북한 경계병이 타국으로부터의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접경 지역 방역 지침에 따라 A씨에게 총을 쏜 후 화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유가족 측이 월북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군 당국은 이날 브리핑 후 실종된 공무원이 해상에서 월북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이 총격을 가해 그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군은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입었고, 어업지도선을 이탈할 때 신발이 남겨져 있었다는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군은 정보 출처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국방부는 지난 23일 오후 4시45분쯤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북한에 대북통지문을 보내 이에 관련된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24일 오전까지 계속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 측은 “만약 군 당국이 은폐를 하기 위해 월북이라는 용어를 흘리고 몰아갔던 의심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예측에 의해 일방적 보도를 내보낸다면 유가족의 인권은 누가 보장할 것인가”라고 항변했다.  /이증효 기자 event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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