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민국 문학의 거장은 가치평가 대상이 아니다

전북금강일보 | 기사입력 2020/09/23 [19:55]
이증효 사회부장

[기자수첩] 대한민국 문학의 거장은 가치평가 대상이 아니다

이증효 사회부장

전북금강일보 | 입력 : 2020/09/23 [19:55]

근간에 익산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사실에 대해 언론인으로서 간과해서는 안되겠기에 정확한 사실과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소설가 황석영 작가를 두고 이상한 셈법으로 작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익산시와 익산시의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황석영 작가는 익산에 지인을 만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자주 내려 왔었다. 

 

내려올 때마다 지역민들과 교우를 통해 익산을 알아가게 되고 그러한 행로 속에서 지인들의 권유로 어느 날 문득 익산에서 거주하며 집필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드디어 2018년 익산시에 거처를 마련하게 된 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해온 노력의 결실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그것이 바로 최근 출간된 <철도원 삼대>라는 책이다.  

 

이런 황석영 작가와 익산시의 안타까운 현실을 지금부터 전하고자 한다. 

 

황석영 작가가 익산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게 되면서 작가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계획을 논하는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가 익산에 오랫동안 머물기를 희망했던 주변인들은 작가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익산시의 문을 두드렸다. 

 

그래서 익산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의 거장이 살고 있는 문화예술도시로서 거듭나기를 바랬다. 

 

이런 뜻을 익산시에 전했고 이에 익산시는 황석영 작가에게 편안히 거주하며 집필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 몇 곳을 소개하며 권했지만 KTX 익산역이 시간적으로 서울과 1시간 거리로 오가기에 편하고 작가는 운전을 할 줄 몰라 대중교통이 유일한 이동수단이었기에 외곽보다는 시내와 인접한 장소가 좋을 것 같다며 자주 드나들던 모 장소가 접근성도 괜찮고 본인이 집필하기에 적합한 공간을 발견하고 익산시에 본인의 의사를 지인을 통하여 전달했다.

 

그 이후 익산시는 올해 5월부터 황석영 작가를 익산에 모시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 30일 익산시 문화관광산업과는 ‘익산시 예술창작공간 설치 및 운영조례안’을 만들어 익산시의회의 의결을 속전속결로 받아냈다. 

 

내용인즉 지역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장소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익산시민의 문화향유증진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조례안이 시의회 의결 당시 대부분의 시의원들은 관련 조례가 황석영 작가를 위한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었지만 최종 상정결과는 정치적 해석에서 비롯된 특정인을 위한 특혜와 장소 미적합이라는 이유로 부결 처리되었다.

 

결국은 지난 7월 22일 익산시의회 임시회의에서 2020년도 공유재산관리관리계획안에 대한 검토보고서가 상정되지도 않은 채 시의회에서 부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황석영 작가를 두고 양 기관의 장소선정을 이유로 책임 떠넘기기로 인해 가만히 있던 작가를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우스운 꼴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이후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황석영 작가는 문학인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치욕스러움에 익산을 떠나려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석영 작가는 문학가로서 본인이 집필하며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시내와 많이 떨어져 있지 않고 건물상태도 본인의 용도에 적합하다 판단하여 그곳이면 좋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죄밖에 없다. 단지 해당 장소의 소유주가 모 정치인의 인척관계라는 이유를 들어 마치 특혜인양 판단한 것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다.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건 자주 방문했던 황석영 작가와 지인이 먼저 매도의사를 물어봤었고 작가가 원한다면 내 드릴수도 있다는 답변과 함께 주변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그동안 수없이 매도를 요청했지만 문화예술인으로서 황석영 작가가 사용한다면 익산을 위해 좋을 수 있겠다 판단한 죄밖에 없다며 속내를 이야기 했다.

 

대부분 유명 문화예술인을 모셔오려는 다른 지자체는 우선적으로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며 당사자가 원하는대로 장소나 규모를 논하는데 익산시의 해법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유명 문화예술인을 두고 줄 것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이상한 논리로 접근한다면 그 어느 누가 익산에서 살려고 하겠는가? 

 

그리고 황석영 작가가 누구인지 정도는 파악해야 했고 익산에 기여도에 준한 미래가치에 대한 효과와 문화컨텐츠 개발 그리고 성공 사례 등을 답습하여 투명하게 의결기관인 익산시의회 의원들과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이해시키며 준비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이상한 조례를 제정하고 그 속에 작가를 끼워 맞추기식으로 집필실을 무상으로 제공하려한 무지함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무산으로 돌아가는 결과를 야기했다.

 

익산시의회도 사실확인을 위한 인터뷰 중에도 황석영 작가에 집필실 공간 마련에는 긍정적인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지만 익산시의 행위만 질책하며 결국은 정치적인 해석에 준한 특혜라는 단어로 대한민국에서 대문호라 평해도 과하지 않는 황 작가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결과를 만들어 버렸다.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는 저명한 문화예술인들을 많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기 지자체로 모시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명 문화예술인들이 자기 지역에 거주함으로서 해당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엄청 나다는 것을 선례나 답습을 통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 생존작가의 문학관으로서는 전국 1호였던 강원도 화천에 감성마을 이외수 문학관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남아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당시 화천군수였던 정갑철 군수는 군 공무원들과 함께 지역살리기 화두로 문인마케팅을 통해 삼고초려를 통해 춘천에 기거하던 이외수작가를 80여 억원의 예산을 들여 모셔오기에 성공함으로서 민간인보다 군인의 숫자가 오히려 많았던 첩첩산중 화천을 전국에 알리는 마켓팅에 성공함으로서 화천 산천어축제를 국제적인 성공사례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지난 2017년도 3월 기준 통계자료를 보면 ‘지역 공·사립 문학관 현황’에 국내 문학관은 106개(공립 66개, 사립 40개)였다.  

 

그 이후 내년에 개관하는 강원도 양양의 이문열문학관이나 전남 고흥에 조정래 가족문학관, 수원에 고은문학관, 원주에 박경리 문학관, 가까운 논산에 김홍신 문학관과 박범신 집필관 등 전국에 유명작가의 크고 작은 집필실이나 문학관이 110여 개가 넘는다. 

 

현재 익산은 가람 이병기 생가와 문학관이외 그 어떤 컨텐츠도 없이 전전긍긍한 상태이다.

 

익산에서 단비 같은 황석영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타 지자체에서 찾아와 수백억을 들여 문화재단과 문학관을 지어주겠다 연이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다른 지자체는 아무런 생각이 없어 그런 비용을 들이며 황석영 작가를 모셔가려고 하는건가?

 

그런 귀한 문화 자산 앞에 이해관계와 정치적인 셈법은 익산시의 미래를 결국은 망치고 만다. 진실을 앞에 두고 눈 녹으면 땅이 드러나는 날이 오겠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급속도로 변화되는 현실은 권불십년이 권불오년이 되는 시대에 도래해 때는 기다려 주지 않기에 영원한 게 없듯이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과연 익산시와 시민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 보았음 한다. 

 

이제라도 익산시와 의회는 의기투합하여 자기 공만 세우려 하지 말고 진정으로 익산시를 위해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황석영 작가에게 찾아가 정중히 사과하고 최선을 다해 익산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자세가 바로 익산의 백년대계를 위한 발걸음이자 큰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위민정신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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