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관둬야하나 싶은데… 학폭위는 “애들 장난”

온라인편집팀 | 기사입력 2020/09/10 [21:45]

야구선수 관둬야하나 싶은데… 학폭위는 “애들 장난”

온라인편집팀 | 입력 : 2020/09/10 [21:45]

 군산 초등 야구부원, 갑작스런 밀침으로 6주 부상…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도 필요
학폭위, 피해 학생 측에 “상급학교 가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등 합의 종용 권유

 

군산의 한 초등학교 야구부원이 주장에게 폭행당해 선수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다쳤다.


피해 학생 학부모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개최를 요청했으나 위원들은 “애들 장난”이라며 가해 학생에 대해 형식적 처분만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군산시교육청과 원광대학교병원, 피해 학생 학부모 등에 따르면 이 초등학교 야구부원 A(12)군은 지난 7월 24일 주장인 B(13)군에 폭행당했다.


당시 B군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A군의 가슴과 등 부위를 갑자기 몸으로 밀쳤고, 이를 미처 알지 못했던 피해 학생은 교실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A군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료진은 “뇌에 출혈이 있어서 수술이 필요할 것 같다”며 상급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했다.


이후 도착한 병원에서는 머리뼈 폐쇄성 골절과 출혈, 몸 여러 곳의 타박상 등이 발견돼 전치 6주의 진단이 나왔다.


경과에 따라 인지기능 및 정서 심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와 관찰이 필요하다는 소견도 더해졌다.


포지션이 1루수인 A군은 최근 호남권 한 지자체에서 열린 대회에서 13타수 11안타를 칠 정도로 타격이 뛰어난 선수였다. 벌써 키도 170㎝를 훌쩍 넘어 장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로 꼽혔다고 한다.


의료진은 "아이가 계속 운동을 했다가 다시 머리를 다치게 되면 일상생활까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진로변경을 학부모에게 권고했다.


피해 학생 학부모는 학교 측에 즉시 학폭위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고, 지난 3일 처음이자 마지막 회의가 열렸다.


학폭위에서는 황당한 질문이 이어졌다고 피해 학생 학부모는 주장했다.


몇몇 위원은 회의에 참석한 피해 학생 측에 ‘가해 학생은 야구부 주장이고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는데 대신할 선수가 있느냐’, ‘상급 학교 가면 (가해 학생을) 다시 만날 수도 있다’며 합의를 종용하는 투로 말했다고 했다.


결국 학폭위는 지난 8일 이번 사안에 대해 학교 폭력이 아닌 ‘안전사고’라는 판단을 내렸다. 또래끼리 장난치는 과정에서 부상이 발생했다는 것.


피해 학생 학부모는 “운동부는 또래 간에도 서열이 엄격한 데 평소 주장인 가해 학생에게 목례까지 했던 우리 아이가 함께 장난을 치다가 다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일방적 폭행을 ‘사고’로 판단해 가해 학생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는 이제 운동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는데 가해 학생 감싸기에만 급급한 교육 행정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피해 학생을 부상시킨 야구부 주장 학부모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과 함께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B군 학부모는 이날 “두 학생이 서로 몸을 밀치는 식으로 장난을 쳤었고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일 뿐 일방적 폭행은 아니었다”며 “안타까운 일이 생긴 것을 듣자마자 피해 학생 부모에게 사과하려고 했지만, 만나주지 않아 그 뜻을 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은 같이 운동을 하면서 평소 집에 놀러 가는 등 서로 잘 어울렸고 관계도 좋았다”며 “운동부 안에서 주장과 부원의 위계적 관계에 의한 폭행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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