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실종자, 매 맞는 엄마였다

이증효 기자 | 기사입력 2020/02/09 [19:10]

익산 실종자, 매 맞는 엄마였다

이증효 기자 | 입력 : 2020/02/09 [19:10]

사위 폭력인정 진술서. © 전북금강일보

 

 

아들 진술서.  © 전북금강일보

 

 

 

 

▲ 실종 전단지.     ©전북금강일보


H씨, 지난달 24일 새벽에 집 나간 후 행방 묘연
가정구성원 간의 ‘패륜 폭력’ 주장·자료 나와

 

지난달 24일 오전 6시께 익산 동산동에 거주하던 H씨가 새벽에 집을 나간 후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H씨의 실종원인이 패륜에 의한 지속적인 가정폭력이었다는 주장과 증거자료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본보에 지난 7일 동산동 H씨가 실종됐다는 한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이후 본보 기자는 지속적인 탐문 취재를 한 결과, 52세 중년 여성 H씨의 실종 원인이 단순가출이 아닌 지속적인 가정폭력과 패륜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본보 기자에게 처음 제보가 들어온 건 H씨가 실종된 지 2주가 경과한 지난 7일이었다.

 

제보자와의 통화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을 직감, 실종자에 대해 잘아는 관계인과의 인터뷰를 요청해 실종자 동생인 A씨를 만나 본격적인 취재에 나섰다.

 

A씨는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를 몰라 언니가 집에서 심하게 싸우고 나갔다고 말을 했지만 이건 언니를 위해서라도 아닌 것 같아 사실을 밝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언니가 그간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그 사실을 지금까지 숨겨온 아이들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밉다”며 사실을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A씨는 그간 실종자 H씨에 대한 폭행을 인정하는 당사자들의 자필 진술서를 받아 확보한 증거자료를 본보에 제공했다.

 

인터뷰와 증거자료에 따르면 실종자 H씨는 전 남편과 이혼한 후, 딸과 아들을 데리고 살아온 평범한 주부로서 여유로운 살림살이는 아니였지만 큰 문제 없이 조용히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7월께 실종자 H씨의 딸 B씨의 남자친구 C씨가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됐다.

 

평소 실종자 H씨는 술을 가까이 해 그로 인한 자식들과의 다툼이 종종 있었고, 그런 와중에 딸 B양의 남자친구 C씨가 집에 들어와 4명이 함께 살게 됐다.

 

이때부터 실종자 H씨를 향해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겠다’는 이유로 자식들의 공모에 의한 폭행이 자행됐다.

 

차마 있어서는 안될 패륜의 사건들이 오랜 기일동안 지속됐다.

 

이들은 지난해 8월 각종 세금과 전화요금 등이 밀렸다는 이유로 실종자 H씨의 명의의 주택을 담보로 대부업체로부터 2,500만원을 기존 대출금 이외 추가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사용내역을 확인한 결과, 대출받은 금액을 실질적인 생활비로 쓰지 않고 중고차 구입과 유흥비로 한달도 안돼 탕진해 버린 사실을 확인했다.

 

그 이후로도 자식들의 지속적인 폭행은 수차례 걸쳐 계속됐다.

 

심지어 생활비가 없으니 나가서 더 빌려오라며 감금과 폭행이 지속됐다.

 

이를 견디지 못한 H씨는 가출을 했고, 실종되기 전날에도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H씨는 당일 새벽에 집을 나가 실종된 이후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실종신고 이후 H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동생 A씨는 사설업체를 통해 H씨가 CCTV로 최종적으로 확인된 만경강 둑길 동선을 기점으로 드론을 띄워 수색을 했으나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는 못했다.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도 지난 6일 인력동원과 경찰헬기를 띄워 주변을 탐문, 수색에 나섰지만 실종자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동생 A씨는 경찰에게 “언니가 그간 자식들에게 폭행을 당해와 견디지 못하고 가출했다”며 처벌을 요구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실종신고가 된 상태라 우선 실종자를 찾는 것이 우선이고, 폭행건은 당사자가 있어야 확인 후 수사진행이 가능하다”는 답변만을 전해왔다.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본보 기자는 법률 관계인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실관계를 증명할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당사자간의 고소가 아닌 이해관계인인 제3자의 고발로도 사건접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단지 사건 접수를 받은 사법기관이 해당 사건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실종사건 수사가 확대될 지에 대해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어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실종자 H씨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 대해 본보 기자가 등기부등본을 열람, 확인한 결과 지난 2017년 5월 매매에 의해 H씨가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이후 주택을 담보로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은 금액에 대한 이자가 연체돼 지난달 15일부로 법원으로부터 임의경매개시 결정이 내려져 있음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 가정폭력 전문 상담기관 관계자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익산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마음이 무겁다”며 “경찰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겠지만 사건이 발생한 이해관계와 연유에 대해서 엄중히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회적 문제가 발생되는 일들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피폐해져 가는 현실이 슬픈 우리네 자화상이자 현실”이라며 “이 사건도 평범한 편모가정(아버지가 죽거나 이혼해 홀로 있는 어머니)에서 그 누군가의 위력에 의한 개입이 원인이 돼 발생된 사건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어 당사자들을 만나 상담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가정폭력은 가족 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성적·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행위로 의도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거나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행위다. 가정폭력은 다른 형사법규 위반보다 폭력에 대한 범죄 의식이 낮아 가출, 가정파탄 및 폭력성의 세습 등을 가져오고 있어 근절돼야 할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이증효 기자 event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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