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나긴 겨울을 견딘 장점마을 주민들이 기다리는 봄날

‘집단암 고통’… 기나긴 겨울을 견딘 장점마을 주민들이 기다리는 봄날

이증효 기자 | 기사입력 2020/01/22 [22:43]

[특집] 기나긴 겨울을 견딘 장점마을 주민들이 기다리는 봄날

‘집단암 고통’… 기나긴 겨울을 견딘 장점마을 주민들이 기다리는 봄날

이증효 기자 | 입력 : 2020/01/22 [22:43]

▲     © 전북금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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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 발표 이후 장점마을을 다시 찾았다.

 

98명의 마을주민들 중 27명이 암에 걸려 14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재난을 겪은 장점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의 그 어떤 관심도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4일 마을주민과 익산시민단체의 각고의 노력 끝에 환경부가 ‘장점마을 비료공장과 관계 있음’을 최종발표회 통해 비특이성 질환과 환경오염 피해를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환경부가 발표하며 정부의 과실을 인정한 결과를 이끌어 낸 후 정부와 국민의 관심은 장점마을로 쏟아 지는 듯 했다.

 

지난해 11월말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를 시작으로 전북도가 장점마을과 관련하여 ‘마을 재생을 위해 12개 사업에 대해서 바로 추진하겠다’며 장점마을 대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주택 내부와 지붕 등의 침적된 먼지 제거하고 연초박 비료 교체와 농산물 수매 지원, 저수지와 논 등 주변 환경 오염원 제거 및 복구 공장 내 매립 폐기물 제거, 심리치료를 포함한 주민 건강관리지원 등과 치료 중인 주민들의 건강회복과 치유를 돕기 위해 따뜻한 쉼터 역할을 할 마을복지센터를 조속히 건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20년 금강농산 부지활용사업과 마을만들기 종합개발사업, LPG 소형저장탱크보급사업 등을 추진하고 하수도 기본계획도 변경해서 2023년에는 하수도 사업이 추진된다.

 

익산시는 올해 장점마을에 대한 사후관리 용역과 함께 주민지원·마을복원 사업을 전개하는데 104억2,7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마을 지붕과 집안 내 침적먼지를 제거하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수매 지원, 공장내 매립 폐기물 제거, 저수지·논 등의 오염원 제거·복구 등에 나서기로 했다.

 

더불어 주민복지센터를 신축하고 친환경 마을 만들기에 주력해 피해 구제에 일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본보 기자가 장점마을을 다시 찾았을 때 정부와 지자체의 발표이후 그 어떤한 변화도 느낄 수 없었다.

 

마을 방문전 전화통화에서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에게 마을근황을 묻자 “발표가 난 후 익산시에서 사후관리를 위해 일을 한다고는 했지만 아직까지 마을엔 그 어떤 변화도 없다”며 “연말연시라 명절 이후에 기대를 하고 있지만 지난달 20일쯤 했어야 될 대책 관련회의 조차도 이런저런 이유로 명절 이후로 미루자고 연락이 왔었다”고 전했다.

 

이어 “해결을 위해 아무리 노력을 해도 탁상 행정의 한계는 변화가 없는 것 같아 화가 나고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만 받는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19일 본보 기자는 정부나 지자체 발표 이후 설명절이 시작되기 전 장점마을의 모습과 주민들의 근황을 살펴보기 위해 폐쇄된 금강농산과 장점마을을 찾았다.

 

먼저 금강농산에 들어서자 아직도 쾌쾌한 냄새가 가시지 않은 채 적막감에 쌓여 있었다. 앙상한 골조만이 남아있는 공장은 내부 시설물을 뜯어간 후 최근까지 그 누구도 찾아 왔던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발길을 돌려 장점마을을 향하다 보니 공장 인근에 지난 수년간 마을주민들의 한이 서린 아우성들이 베인 듯한 초라하고 낡은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마을회관에 들어서자 눈 앞에 들어오는 한그루 큰 정자나무.

 

예전 인터뷰때 어느 마을 어르신이 해주신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옛날엔 마을 곳곳에서 애기 울음소리와 마을 앞마당과 정자나무 밑에서 뛰 놀던 아이들 소리에 정신이 없었지…”

 

마을회관에 들어서니 평소 어르신들이 계실 것이라는 최재철 위원장의 귀뜸과 달리 적막감만 돌고 있었다.

 

방문을 열자 어르신 두 분이 TV를 시청하고 계시기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인터뷰를 부탁하니 어색해 하신다.

 

장점마을에서 평생을 사셨다는 이영수(81세)어르신과 최석호(66세) 어르신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다.

 

# 주일이라 그런지 마을이 썰렁합니다. 다들 어디 나가셨나 보네요?

 

이영수 어르신 : 주일이라 교회들 가서 사람이 없을꺼요, 오후에나 조금씩 올라나….

 

# 작년에 정부 발표 이후에 마을에 무슨 변화라도 있었나요?

 

이영수 어르신: 변화는 무슨 변화?? 말만 어떻게 해주겠다 무성했지 그때 뿐이더구만…. 보건소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와서 체크해 주는 정도지 나머지는 예전하고 똑같아.

 

# 아니, 작년에 정부 사과이후에 도지사나 익산 시장님이 마을재생을 위해 이것저것 하겠다 발표했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구요?

 

최석호 어르신: 원래 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이 그러지 않는가?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도통 그 말에 믿음이 안가. 그렇게 수년 동안 마을을 살려달라 이곳저곳 쫓아다니며 부탁을 했어도 콧방귀도 안 뀌던 것들이 정부 발표 이후에 뭐시 어쩌고 저쩌고 난리를 떨더니 명절이나 지나고 움직일련지 몰라도 쥐구멍으로 숨었나 조용하구먼.

 

# 그래도 전국적인 이슈가 된 사건이라 아마도 시기의 문제지, 곧 좋은 소식이 있겠지요. 언론을 통해 대책을 밝히기까지 했는데 나몰라라 하겠습니까?

 

이영수 어르신: 해야 하는가보다 하느게 차라리 마음 편하지…. 마을을 위해 건강검진을 무료로 해준다해서 원대병원에서 기초검사만 해줬지. 실질적으로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 주민들에게 100원 한 푼 안 깎아주고 병원비는 다 받아 가는데 무슨 혜택을 바라겠어. 몸만 아픈 사람만 서러운 거지….

 

최석호 어르신: 저번 주에는 시청에서 각 집마다 도배, 장판 다시 해주겠다고 사이즈는 재어 가드만…. 
# 그거 말고는 다른건 없었습니까?

 

이영수 어르신: 작년에 공장 땅 밑에 폐기물과 아래 저수지를 뭐 퍼가서 어찌한다고 말만 해 놓고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어. 해준다고 하지를 말던가.

 

# 어르신들께서는 어디 아프신데는 없으세요?

 

이영수 어르신 : 왜 아픈데가 없어. 나는 속이 쓰리고 피부가 가려워서 병원에 다니는데 얼마전 검강검진때 위에 종기가 2개나 있다고 해서 떼어 냈었지.

 

최석호 어르신 : 나는 위에 종기가 4개나 있어서 떼어 냈었요. 그게 꺼지면 암으로 갈 확률이 크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었는지.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나 행정당국에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시면 한마디 해주세요.

 

이영수 어르신: 우리 마을이 옛날에는 인근에서도 꽤 큰 마을이었고 우리동네가 청정지역이었는데 지금은 등 굽은 노인들만 살고 있어. 마을엔 젊은 사람들도 없고 특히 어린 아이들이 손에 꼽을정도야. 젓 먹이까지 포함해서 한 대 여섯명이나 될랑가? 공장이 들어오기전까지만 해도 개울가에서 가재까지 나올정도로 청정지역이었던 곳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참으로 안타까워.

 

수구초심이라고 짐승도 나이들어 자기 태어난곳을 다시 찾는다는데 우리 자식들은 부모 생각해서 마을을 떠나라지만 다 늙어 고향을 등지고 어디로 간다는게 말이 되냐고….

 

제발 좀 우리 아이들이라도 걱정 없이 뛰어 놀 수 있게 깨끗하게  마을을 다시 돌려 놔줬음 하지.

 

최석호 어르신: KT&G에 수차례 책임을 지라고 마을 사람들이 쫓아가 데모를 해도 무슨 힘을 믿고 그러는지 아무 대꾸없는 사람들이 참 야속하기만 해.

 

그리고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살며시 얼굴 내밀어 그동안 자기들이 노력한거 마냥 밖에서 말하는 정치꾼들은 제발 좀 그러지 않았으면 해.

 

말은 안해도 우리를 말없이 도와 준 사람들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데 숟가락 하나 얹고 자기가 한 일인 양 떠드는건 양심이 있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인지….


잠시동안 마을어르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행정당국의 발표와 마을주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정 반대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확인하고 나니 되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까치가 우는 설날이면 한 웅큼 마음의 선물보따리를 들고 아이들과 고향 부모님을 찾던 정겨운 모습을 올 해 설날에는 장점마을에서 볼 수 있을까?

 

꽃피는 봄이면 멀리 떠나갔던 제비들도 잊지 않고 자기 태어난 곳에 다시 찾아와 둥지를 다시 트는데.
병이 들어 아파하고 있는 장점마을은 자녀들이 웃으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올 수 있는 봄날이 올련지 걱정부터 앞선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앞으로의 향 후 어떠한 대책을 제시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이증효 기자 event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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