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압수수색

전북금강일보 | 기사입력 2019/09/23 [19:46]
삼성합병·승계 겨냥, 삼바 분식회계 수사

검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압수수색

삼성합병·승계 겨냥, 삼바 분식회계 수사

전북금강일보 | 입력 : 2019/09/23 [19:46]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삼성물산, KCC 등을 전방위로 압수수색을 단행해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한 삼성그룹 차원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한 지 한 달 만이다.

 

검찰이 옛 삼성물산 1대 주주(지분율 11.6%)로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한 점에 비춰 수사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부정 의혹’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서울 강동구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CC 본사와 삼성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삼성자산운용 본사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KCC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합병에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맞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하며 삼성 측 ‘백기사’ 역할을 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때 대표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 등을 압수수색해 상장 관련 자료도 확보했다. 외관상 검찰 수사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캐고 있지만, 본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삼성바이오 회계 변경→삼성바이오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부정 의혹을 규명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통해 고의로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삼성바이오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 부회장 지분(23.2%)이 많은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은 많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없어 제일모직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이득이었다.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부채가 2012∼2014년 회계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상태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국민연금이 던진 주주총회 찬성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6.3%) 가치를 6조6,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맞바꿈으로써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1대0.35)에 찬성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제일모직 바이오사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동시에 삼성물산의 경우 현금성 자산 1조7천억원가량을 누락하고 광업권도 자산 평가에서 사실상 제외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건설 경기가 좋았는데도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적은 줄었고, 국외사업 수주 발표를 늦추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합병 비율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판단 근거가 됐다.

 

작년 말 기준으로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KCC는 8.97%, 국민연금은 6.23%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17.08%)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32.95%다.

 

한편 이날 압수수색이 오후까지 장시간 이어지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은 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말을 아꼈다. 검찰은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과 운용전략실, 본부장실 등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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