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못하는 관광경찰 ‘유명무실’

나연식 기자 | 기사입력 2019/08/18 [18:00]

외국어 못하는 관광경찰 ‘유명무실’

나연식 기자 | 입력 : 2019/08/18 [18:00]

▲전주완산경찰서가 전주한옥마을이 천만관광시대를 열면서 외국인관광객도 급증해 외국어가 가능한 관광경찰 운영을 도입했으나 제도 도입 2년 만에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2017년 7월 24일 전주한옥마을 관광안내소에서 진행한 관광경찰대 현판식 당시 모습./연합뉴스 ©


전주한옥마을 관광경찰, 외국어 가능한 경찰 없다는 이유로 2년 만에 제도 폐지
경찰 인력 부족한 상황에서 운영 자체 무리 지적… 시 “폐지 수순 밟은 줄 몰랐다”

 

전주완산경찰서가 전주한옥마을이 천만관광시대를 열면서 외국인관광객도 급증해 외국어가 가능한 관광경찰 운영을 도입했으나 인력 확보에 여의치 않으면서 제도 도입 2년 만에 폐지한 것으로 알려져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는 전북지방경찰청과 전주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당시 전주시와 협의를 거쳐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외사계 소속 직원 4명으로 구성된 전주한옥마을 관광경찰대를 창설했다고 전했다.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한 외국인은 지난해 전주시가 빅데이타 분석를 통해 1∼9월 외국인은 전년동기대비  8만4,871명보다 16.2% 증가한  9만8,624명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중국 관광객이 4만3,14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일본 1만1,424명과 미국 7,476명, 대만 3,173명, 필리핀 3,069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복장도 관광지인 만큼 기존 경찰 제복과는 다른 밝은색 근무복에 카우보이모자를 쓰는 등 관광객들에게 다가섰으나 결혼 등의 이유로 휴직하는 등 결원이 발생, 인원 감소로 인해 지난 4월 제도를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도 도입 취지에만 공감한 채 현장의 특수성과 경찰인력 등 조직내부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완산경찰서 관계자는 “아무래도 관광지다 보니 외국어가 가능한 경찰관을 배치하려고 했는데 계속 찾아봐도 마땅한 인원이 없었다”며 “애초 경찰 인력도 부족한데 운영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상급청인 전북경찰청에 운영이 힘들 것 같다고 보고하니까 ‘완산경찰서에서 알아서 하라’는 취지로 말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해 출범한 서울관광경찰은 영어 등 각국 외국어에 능통한 경찰관 52명과 의무경찰 49명 등 총 101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서울관광경찰(순찰3개팀, 행정팀, 수사팀)은 완산경찰서와 달리 외국어 어학원과 협약을 통해 대원 본인이 해당하는 언어를 지속적으로 교육받도록 하고 있다.

 

순찰팀은 외사 특채와 일반 공채로 선발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과 가장 근접한 만큼 외국어 전공, 해외 거주 이력, 원어민급 언어 구사 등을 선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의무경찰도 관광경찰대 중 서울만 의무경찰관을 100% 외국어 특기자만 선발, 순찰팀에 배치하고 있다. 일각에선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관광경찰 도입 운영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제도가 자리를 잡고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경찰 모집 선발요강의 변경은 물론, 외국어 학원 등과 연계된 정책이 수반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관광경찰대 창설을 도운 전주시는 경찰의 갑작스러운 결정이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관광경찰대 운영을 중단한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따로 경찰에서 공문을 받지 못해서 자세한 내용은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기동취재부 gkg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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